dj krush덕분에 생각해보게된 것들.

 99년 6월,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dj krush와의 만남은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였던 제게는 여러모로 저에게는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공연 전날 리허설을 마치고 맥주나 한잔 하러 가자고 해서 어느 허름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홀짝이면서 이 귀찮은 꼬마는 엄청난 질문을 해댔습니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며 누구랑 작업하고 싶으며 진짜 지금생각해도 까칠하고도 웃기는 질문들이었는데 하나하나 친절하게 대답해주심은 물론, 나도 너 또래의 딸이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너만한 아들들을 데리고와서 디제이 가르쳐달라고 할때가 있다며 껄껄 거리시기까지.. 암튼 동네 아저씨 혹은 삼촌처럼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뭐 그랬다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파고 있는 한 위대한 디제이/프로듀서로서의 경외감은 몇 글자로는 표현이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뜨고지는, 그리고 때로는 시류에 영합하기도 하고 시류를 만들었다가 시들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의 길만을 만들어가는 족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년 전에, ‘한국어 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아직 일본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엠씨들이 대부분이다’ 라며 고무적인 코멘트를 했던것에 저는 의아해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몰랐지요- 왜 영어를 적당히 섞어 쓰는 것이라던지 일반적인 호응구/표현들을 자국어에 섞어 쓰는것이 문제가 될까? 원래 힙합은 미국것인데… 그런데, 그 후 잡지에서 읽은 인터뷰의 내용에는 (아마 cmj였을듯. blue herb와의 뉴욕 공연 후의 인터뷰) “일본어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리면서 구축한 일본 힙합의 틀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한국어의 ‘아름다움’ 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니 ‘고이접어 나빌레라’ 이런 싯구가 생각납니다. (이런 교과서에서 본것만 생각나는 제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이 있으면 저런 것도 있다’ 라는 개념에서 영어화된 한글 라임들, 그리고 혼용이라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점점 ‘저런’것만 있는 상황이 되는것도 같습니다. 이쪽으로 파는 엠씨들도 더 있어야지요. 민족이라던지 민족성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약간 회의적입니다만, 지역의 개념에서는 언제든지 로컬 문화로서의 특징들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말을 꺼내고 보니 localization vs. globalization이 되어버렸는데, 이렇게까지 끄집어낼 생각은 없었고, 단지 이런 잡념이 든 까닭은, 이번에 크러쉬가 플레이하는것을 보니 랩이 입혀진 비트들은 전부 일본어로 된 랩이었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보다 나나 잘해야지… 왠 엠씨들 타령을…

4개의 답글 to “dj krush덕분에 생각해보게된 것들.”

  1. soloture Says:

    로컬리티가 부족하면 언제나 퍼포먼스가 떨어지게 되죠.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불가능하기때문에…꺅 살려주세요 ㅠㅠ

  2. 남은우 Says:

    이건 근래의 그..
    밸티모어와 브라질 본국에서 같았지만 다른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해보았던겁니다.
    이제는 전혀 다른 각각 로컬의 모습을 가지고 가게되면서
    미국에서는 미국 쌔운드데로 소화되고 있고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쌔운드로
    소화 되고 있는 과정에서 각각 서로 다른 언어를 이용하면서도 miami bass
    시즌으로 부터 연결되는 쿨모디 슬리브에도 적혀 있던 innovating rhythm가
    더욱 강조된 mc들이 각각 즐비하니 멋지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 원래 미국 쌔운드로 부터 시작이니 b-more 씬의 엠씨들보다 브라질씬의
    엠씨들을 볼때면 한편으로는 멍청한 백인 형들이 따라 했던 80년대 랩이라고
    생각이 들때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자국의 언어를 쓰면서도 언어의 특성에서
    나오는 리듬으로의 마무리가 로컬씬을 더욱 부각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에 있어서 더 유니크하게 성장해버린것 같슴다.

    얼 of 한국 이란 싱글 앨범으로 한국 엠씨들에게 한국의 리듬을 얼쑤 직접
    보여 주시는것도 한번 염두를..

  3. cakekiller Says:

    언어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정적인 정의 형으로 함부로 단언할만큼, 언어는 어떤 다른 문화 요소보다 그 언어가 쓰여지는 상황과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서이자, 상황이라고 생각. 영어가 섞여 쓰이는 한국어(?)가 쓰이는 상황에서, 영어가 섞이는 문화적 생산물이 나오는 것 또한 지금의 지점을 보여주는거겠죠. 그 지점이 영어와 영어가 쓰이는 상황을 알게될수록 씁쓸해질때가 많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노스탤지아라고 비난 받을지도 ..;;

    사족1
    조금 다른 여담이지만, 한글은 정말 ‘킹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지만서두.. 눈팅 하다가, ‘언어’라는 단어에 탄력 받아서 흔적 남기고 가요.

    사족2
    근데,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건 정말 많이 봤는데, 음악 쪽에서 이런 고민의 흔적은 거의 처음인거 같네요.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런 고민을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들도 소개시켜주는 로그 부탁드립니다.

  4. 523 Says:

    아 그공연에 맨앞에 있었는데…
    같이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았었는데… 생각나네요 ㅎㅎ
    그이후로도 꾸준히 좋아하는 디제이 인데 ..

    와우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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